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스포츠일반

'불도저’ 남의철 “제가 은퇴했다고요? 전 영원한 현역입니다"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전 결코 은퇴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은퇴한 줄 아시는데 억울하더라고요. 여전히 운동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레전드’ 남의철(42·딥앤하이 스포츠)에게 ‘은퇴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2004년 데뷔한 남의철은 한국 종합격투기 1세대 파이터다. 한국에 종합격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파이터 생활을 했다. 건축설비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인생의 방향타를 돌렸다.남의철의 별명은 ‘코리아 불도저’다. 격투 인생 내내 우직하게 앞만 보고 밀어붙였다. 2006년 당시 국내 메이저 단체였던 스피릿MC 웰터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3년에는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터로 우뚝 섰다. 세계 최고 무대인 UFC에도 진출, 1승 2패를 기록하고 국내에 복귀했다. 2패 모두 판정 논란이 있었다. 특히 2015년 5월 열린 페더급 데뷔전 필립 노버와 경기에서 당한 1-2 판정패 후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남의철이 이긴 경기다.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을 정도다.남의철은 이후 로드FC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2019년 2월 ‘소방관 파이터’ 신동국을 상대로 거둔 판정승이 마지막 종합격투기 경기였다. 그는 이후 주짓수 대회에 꾸준히 출전했다. 올코리아 노기 주짓수 대회 챔피언에 올랐고, 주짓수 블랙벨트 대회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2년 5월에는 로드FC에서 권아솔과 복싱 대결도 치렀다.“종합격투기 준비는 늘 하고 있어요. 몇몇 단체로부터 경기 출전 오퍼가 있긴 했지만 그 후로 연락이 없더라고요. 제가 파이트머니를 너무 높게 불러서 그런가(웃음). 이젠 조금 타협하더라도 정말 경기를 하고 싶어요.”압도적인 체력과 레슬링으로 상대를 몰아붙인 ‘불도저’도 어느덧 중년이 됐다. 선수로서 이룰 건 다 이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서울 중랑구에서 ‘딥앤하이 스포츠’라는 체육관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남의철이 선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선수를 20년 했으니 할 만큼 한 건 맞죠. 하지만 저는 영원한 현역으로 남고 싶어요. 선수 마인드를 가지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자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제가 살아가는 목표이자 동기부여인 셈이죠. 언제든 경기를 하려고 체중도 10년째 76~77㎏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남의철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아쉬움이 오히려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어느 순간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젊었을 때처럼 폭발적인 모습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대신 만족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됐어요. 상대를 압도하기보다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걸 보면서 스스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그는 “격투기를 통해 20~30대를 후회없이 보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위해 많이 희생했고, 꿈꿨던 위치에 올랐죠. 그 점은 정말 만족스러워요. 이젠 그런 퍼포먼스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우울함도 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나’, ‘너무 한 우물만 팠나’라는 아쉬움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남의철은 수많은 명경기를 남겼다. 그는 ‘인생 경기’로 2013년 4월과 10월에 로드FC에서 치른 쿠메 다카스케(일본)와의 2연전을 꼽았다. 당시 쿠메와 경기에서 남의철은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라운드 공방 중 케이지를 손으로 잡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6개월 뒤 재대결이 펼쳐 완벽한 승리를 이뤘다.“당시 쿠메가 서브미션으로 9연승을 달리고 있었어요. 1차전을 이기고도 반칙 논란이 생기니 찜찜함을 지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6개월 뒤 다시 경기를 치렀죠. 쿠메와 치른 두 경기가 선수로서, 남자로서 크게 성장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남의철은 최근 IB스포츠가 중계하는 미국 종합격투기 단체 PFL의 국내 해설을 맡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경기를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해설이 정말 즐겁습니다. 마치 VIP석에서 경기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경기를 중계하다 보면 화면을 뚫고 케이지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느낌도 들어요. 나도 빨리 시합을 뛰어야겠다는 의욕도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남의철은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곧 돌아가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여전히 ‘불도저’가 녹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전 평생 파이터로 살아갈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케이지든, 링이든 프로파이터 남의철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쉬지 않고 꾸준히 운동했습니다. 좋은 경기력으로 저를 증명하고 싶습니다.” 2024.04.26 08:00
스포츠일반

UFC 300 통해 슈퍼스타로 떠오른 할로웨이의 행복한 고민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지난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300은 '역대급 이벤트'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대회 전에는 '카드가 빈약하다', '슈퍼스타가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BMF(the Baddest Mo****Fu***r) 챔피언'에 등극한 맥스 할로웨이(32·미국)는 이번 대회를 통해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전 페더급 챔피언 할로웨이는 체급을 올려 라이트급 정상급 파이터 저스틴 게이치(35·미국)와 맞붙었다. 예상을 뒤엎고 5라운드 내내 게이치를 압도했다.할로웨이는 완벽한 판정승을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명승부를 만들기 위해 모험 수를 던졌다. 5라운드 종료 10초를 남기고 가드를 내린 채 난타전을 제안한 것. 게이치는 라이트급 최강의 하드펀처다.하지만 할로웨이는 위험부담을 떠안고 싸웠다. 결과는 종료 1초전 실신 KO승. 마치 농구 경기의 버저비터 같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UFC 31년 역사상 가장 거칠고 화끈한 KO승'이라는 찬사까지 쏟아졌다. 할로웨이는 환상적인 KO승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대전료 외에 'KO 오브 더 나이트',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등 보너스를 2개나 받았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이번 대회 보너스 상금을 5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할로웨이는 이번 대회를 통해 대전료 외 보너스로 8억원 이상을 쓸어 담았다.할로웨이로서는 원하는 상대를 고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당장 UFC가 추진하는 페더급과 라이트급의 모든 빅매치에 할로웨이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옥타곤 인터뷰에서 할로웨이는 현 페더급 챔피언 일리아 토푸리아(27·스페인)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토푸리아는 지난 2월 'UFC 298'에서 '무적 챔프'였던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5·호주)를 2라운드 KO로 잠재우고 새 챔피언에 등극했다.과거 할로웨이는 볼카노프스키와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대결엔 판정 논란이 뒤따랐지만, 어쨌든 3경기 75분 동안 볼카노프스키를 꺾지 못했다. 그런데 토푸리아는 불과 8분여 만에 그를 잠재웠다.두 번째 선택은 라이트급 챔피언 이슬람 마카체프(32·러시아)다. 대회 후 할로웨이는 라이트급 랭킹 9위로 이름을 올렸다. 물론 UFC 300에서 찰스 올리베이라(34·브라질)를 이기고 랭킹 1위로 올라선 아르만 사루키안(27·아르메니아/러시아)이 강력한 타이틀 도전자다. 하지만 화제성 면에서 사루키안은 할로웨이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할로웨이는 더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격투기 최고 스타' 코너 맥그리거(35·아일랜드)와의 BMF 타이틀전이다. 할로웨이는 2013년 8월 맥그리거와 싸워 판정패했다. 그때는 두 선수 모두 신예였지만, 이제 둘 다 UFC를 주름잡는 슈퍼스타가 됐다. 복수전이라는 스토리까지 더한다면 둘의 대결은 UFC 역대급 흥행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할로웨이도 하와이 현지 방송에 출연해 "맥그리거와 다시 한번 옥타곤을 함께 나눌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가장 큰 화제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해결할 문제가 있다. 페더급 타이틀전은 볼카노프스키의 존재가 걸림돌이다. 페더급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챔피언이었던 볼카노프스키를 제치고 할로웨이가 먼저 도전 기회를 갖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마카체프에게 달려가는 것도 어색하다. 라이트급에는 사루키안을 비롯해 올리베이라, 더스틴 포이리에(35·미국) 등 도전자가 많다. 할로웨이가 라이트급 타이틀전에 곧바로 나서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팬들이 가장 원하는 카드는 맥그리거와 대결일 듯하다. 맥그리거는 오는 6월 2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UFC 303에서 마이클 챈들러(37·미국)와 맞붙는다. 맥그리거가 옥타곤에서 승리한 건 2020년 1월 UFC 246에서 열린 도널드 세로니(41·미국)와의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2021년 포이리에와 두 차례 싸웠지만 모두 패했다. 이후 개인 사업, 영화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할로웨이는 지금 당장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여러 매력적인 미래가 펼쳐져 있는 교차로에 서 있다. 그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UFC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 틀림없다. 2024.04.19 07:30
스포츠일반

'프로레슬링의 슈퍼볼' 레슬매니아의 경제학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레슬매니아’는 전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가 1년에 한 번 주최하는 가장 큰 이벤트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라 불리는 프로레슬링을 넘어 전 세계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초대형 행사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2017년 레슬매니아를 전 세계 스포츠이벤트 규모 순위 6위에 올린 바 있다. WWE는 1985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레슬매니아1’을 개최했다. 그들은 ‘프로레슬링의 슈퍼볼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다. 당시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2024년 레슬매니아는 ‘진짜’ 슈퍼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돋움했다.레슬매니아는 매년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2023년 4월 2일과 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이틀에 걸쳐 열린 레슬매니아39는 16만189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는 레슬매니아가 이틀 동안 열리기 시작한 2020년 이래 최다 관중이었다. 둘째 날 입장한 8만1395명은 단일 이벤트로 역대 네 번째로 많은 관중 기록이었다. 레슬매니아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팬들이 몰려든다. 이는 개최 도시에 엄청난 경제효과를 유발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레슬매니아39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미친 경제효과는 2억1500만달러(2898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1년 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레슬매니아38의 2억650만달러(2784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레슬매니아는 단순히 이틀에 열리는 경기가 전부가 아니다. 레슬매니아를 즈음해 개최 도시에서 레슬링과 관련된 수많은 이벤트가 열린다. WWE가 매주 생방송 하는 로(RAW), 스맥다운(Smackdown), NXT 등의 위클리쇼는 물론 명예의 전당 헌액식, 라이브 이벤트, 팬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끊임없이 열린다. 그래서 ‘레슬매니아 위크’라고 부르기도 한다.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레슬매니아를 보기 위해 타지역에서 온 팬들은 로스앤젤레스 및 인근 지역에서 평균 4.1박을 머물렀다. 레슬매니아를 직접 관전한 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로스앤젤레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왔다. 해외에서 온 팬도 2만5000명이 넘었다.프로레슬링 팬들은 충성도가 높다. 이들이 레슬매니아 위크에서 구매하는 티셔츠 및 각종 기념품만도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단순히 경제효과만 놓고 보면 미국프로축구(NFL) 결승전인 슈퍼볼이 훨씬 앞선다. 올해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슈퍼볼의 경제효과는 6억 달러(8089억원)로 추산된다. 레슬매니아는 슈퍼볼의 3분의 1 수준이다.하지만 글로벌과 온라인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레슬매니아는 슈퍼볼에 밀리지 않는다. WWE는 2024년 4월 현재 1억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각종 스포츠 관련 전 세계 유튜브 가운데 단연 1위다. NFL(1280만명)은 물론 미국프로농구(NBA, 2160만명), 미국프로야구(MLB, 503만명)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하는 레슬매니아40은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라의 링컨 파이낸셜 필드에서 한국시간으로 4월 8일과 9일에 나눠 열린다. 링컨 파이낸셜 필드는 미식축구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홈구장으로 약 7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경기장이다. 그라운드 좌석까지 포함해 최대 9만명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이미 티켓은 거의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올해 레슬매니아40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선 드웨인 존슨이 11년 만에 프로레슬러 ‘더 락’으로 돌아와 정식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존슨은 이미 몇 주 전부터 WWE 이벤트에 출연하면서 팬들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선수 시절 악랄하고 거칠었던 악당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팬들은 그런 모습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화제성을 놓고 보면 단연 역대 최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로레슬링은 ‘가짜 스포츠’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마이너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산업으로 우뚝 섰다. 주요 도시들이 레슬매니아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2025년 레슬매니아41 개최지는 아직 공식발표되지 않았지만 현재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US뱅크 스타디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24.04.05 08:00
스포츠일반

UFC '핵이빨' 논란...타이슨을 소환하다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지난 24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대회. 언더카드 두 번째 경기로 열린 안드레 리마(브라질) 대 이고르 세베리누(브라질)의 플라이급 매치에서 충격적인 '핵이빨' 사건이 일어났다.세베리누는 리마를 쓰러뜨리려는 과정에서 뜻대로 되지 않자 리마의 왼쪽 팔꿈치 안쪽 부위를 물어버렸다. 리마는 곧바로 심판에게 물린 자국을 보여주며 강하게 항의했다. 레퍼리는 이를 확인하고 세베리누의 실격패를 선언했다. 리마는 경기 후 물린 자국에 문신을 새겨 '특별했던 순간'을 영원히 기념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리마에게 '파이트(Fight) 오브 더 나이트'가 아닌 '바이트(Bite) 오브 더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보너스 5만 달러를 선물했다.반면 무패 행진을 달리며 UFC 데뷔전에 나선 세베리누는 천금같은 기회를 허망하게 날리고 말았다. 조롱거리로 전락하면서 한 경기만에 UFC에서 퇴출당했다. 화이트 대표는 "그는 인생의 가장 큰 기회를 잃게 됐다"고 비판했다.스포츠에서 누군가를 깨무는 사건은 의외로 많이 일어났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역시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마이크 타이슨(57·미국)의 '핵이빨' 사건이다.'핵주먹'으로 유명했던 타이슨은 1997년 6월 에반더 홀리필드(61·미국)와 치른 WBA 헤비급 세계타이틀매치 도중 귀를 물어뜯는 행동을 했다. 8개월 첫 맞대결에서 11라운드 TKO패를 당했던 타이슨은 링에 올라가기 전부터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홀리필드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타이슨이 흥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홀리필드와 첫 경기에서 TKO패 당한 이유가 버팅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타이슨은 경기 중 미치 핼펀 주심에게 여러 차례 불만을 나타냈지만,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심지어 타이슨 측은 핼펀 심판이 재대결 주심으로 다시 결정되자 반발했다. 다른 심판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경기를 거부하겠다고 했다. 핼펀 심판은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해 주심을 포기했다. 대신 밀스 레인 심판이 주심을 맡았다.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홀리필드는 최고의 테크니션인 동시에 반칙을 잘 쓰는 선수였다. 홀리필드는 타이슨이 평정심을 잃었다는 것을 파악한 뒤 더 교묘한 버팅으로 자극했다. 타이슨은 버팅을 여러 차례 허용한 끝에 오른쪽 눈가가 9㎝나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 경기를 주최한 프로모터 돈 킹은 추후 인터뷰에서 "(홀리필드는) 두 팔과 머리까지 주먹 3개로 타이슨과 싸웠다. 심판은 이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완전히 폭발한 타이슨은 3라운드 들어 노골적으로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었다. 첫 번째 반칙 때는 감점 2점을 받고 경기가 재개됐다. 홀리필드도 경기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두 번째 물었을 때는 경기가 더 이상 불가능했다. 얼마나 세게 물어 뜯었는지 귀바퀴 살점이 떨어졌을 정도였다. 경기가 끝난 뒤 홀리필드는 귀 봉합 수술을 12시간이나 받았다. 그 사건 이후 타이슨은 추락했다. 1년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링에 돌아왔지만,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2005년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27년이 흐른 뒤 '핵이빨' 사건은 안줏거리가 됐다. 타이슨과 홀리필드은 이미 오래전 공개적으로 화했다. 토크쇼에 함께 출연해 그 사건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타이슨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한동안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렸다. 부끄럽고 추악한 아픔이었기 때문이었다. 타이슨은 그 일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였다.그런데 타이슨이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계기가 있었다. 축구선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핵이빨' 사건이었다. 수아레스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깨무는 기행을 벌이자 타이슨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타이슨은 "한순간의 열정과 뜨거운 피, 경쟁의식 때문에 그런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런 나쁜 판단을 내리게 괴면 곧바로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후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해 "당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그때 나는 너무 화가 났고 흥분했다. 단지 홀리필드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학계에선 스포츠 경기 중 상대를 깨무는 행동이 인간이 가진 원초적 공격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영국 왕립학회보에 올라온 연구 중에는 '인류가 다른 동물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무는 힘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오늘날 사회에서 사람이 다른 이를 이빨로 물어뜯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흥미롭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라면 스포츠에서 '핵이빨'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2024.03.29 08:00
스포츠일반

격투기 등장음악이 '아기상어'?...한국을 사랑하는 UFC 파이터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베이비 샤크 뚜 루루 뚜루, 베이비 샤크 뚜 루루 뚜루~.’아기상어송은 아마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다. 직접 즐겨 부르진 않더라도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종합격투기 칼럼에 웬 아기상어송? 냉혹한 정글과도 같은 UFC에서 아기상어송을 등장음악으로 사용했던 파이터가 있었다. 브라이언 바버레나(34·미국)다.바버레나는 통산 격투기 전적 29전 18승 11패를 기록 중이다. 정상급 선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2014년부터 10년 넘게 꾸준히 UFC에서 활약하고 있다. 현 UFC 웰터급 챔피언 리온 에드워즈, 전 웰터급 챔피언 콜비 코빙턴과도 대결한 바 있다. 바버레나는 지난 2019년 2월 열렸던 UFC 대회에서 상대인 비센테 루케(브라질)에게 3라운드 TKO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그는 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경기 전 옥타곤으로 향할 때 등장음악이 ‘아기상어송’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관중이 그 노래를 따라불렀다.바버레나는 최근 필자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당시 아기상어송을 등장음악으로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내 입장곡은 항상 아이들이 고른다. 당시 그 노래는 인기가 많았다. 아이들은 항상 아기상어 노래를 들었다. 내게도 너무 특별한 순간이었다. 관중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콜롬비아계 미국인 바버레나의 한국 사랑은 남다르다. 이유가 있다. 아내가 한국계이기 때문이다. 그의 장모가 미국인과 결혼한 이민자 1세대다. 바버레나도 장모와 아내를 통해 자연스레 한국과 가까워졌다. 한국 음식과 음악, 드라마 등도 즐긴다. 심지어 그는 한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의 영향을 받았다. 가장 좋아하는 경기복이 빨간색이다. 가족의 뿌리인 한국을 존중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아내와 세 아이가 한국계라는 건 내게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한국과 함께한다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 특히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특별하다. 우리 가족은 한국 문화와 전통을 계속 지키려고 한다.” 그는 한국계 전 UFC 챔피언 벤 헨더슨(미국)이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라고 한다. 둘은 오랫동안 MMA랩 체육관에서 함께 훈련했다. 가족끼리도 친하다.바버레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선수 시절 미국에서 훈련을 할 때도 곁에 있었다. 그는 정찬성을 ‘겸손하고 훌륭한 파이터’라고 치켜세우며 한국에서 함께 훈련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바버레나는 사업도 활발하게 한다. 최근 본인의 이름을 건 개인 체육관을 열었다. 또한 증류주 공장과 협업해 럼주 브랜드도 런칭했다. 아직 가내수공업 수준이지만 아내와 함께 서서히 키워가는 중이다. 인터뷰 중에도 본인이 만든 럼주를 소개하기도 했다.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종합격투기다. 최근 그는 3연패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대회에서 마흐무드 무라도프(우즈베키스탄/체코)에게 판정패했다.피지컬이 뛰어난 바버레나는 난타전을 피하지 않는 전형적인 ‘싸움꾼’이다. 하지만 그래플링에 약점이 있다 보니 판정에서 밀리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본인도 약점을 잘 알고 있다.바버레나는 오는 17일 UFC 파이트나이트 239 대회에서 제럴드 머샤트(36·미국)와 대결한다. 머샤트는 어린 시절 태권도를 수련한 경험이 있다. 2007년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치른 이래 통산 전적이 52전(32승 17패)이나 된다.바버레나는 체중 감량의 부담을 줄이고, 파이터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웰터급에서 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렸다.“앞으로 더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서 체급을 올렸다. 웰터급에선 많은 체중을 빼야 했다. 이제 미들급 커리어를 쌓아 올려야 한다. 지금은 운동하면서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고, 컨디션도 더 좋다.”바버레나는 이번 경기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한국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저는 이번 주말 한국을 상징하는 경기복을 입고 옥타곤에 올라갑니다. 한국을 대표할 수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저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옥타곤에 들어가 명예롭게 싸우겠습니다.” 2024.03.15 08:00
스포츠일반

기대에 못미친 'UFC 300' 대진...UFC는 어떻게 팬들을 감동시킬까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종합격투기 UFC가 드디어 역사적인 ‘UFC 300’ 대회의 메인이벤트를 발표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최근 공개한 UFC 300 메인이벤트는 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와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자마할 힐(미국)의 타이틀전이다.페레이라는 현재 UFC를 대표하는 파이터다. 킥복싱 세계챔피언을 거쳐 UFC까지 정복했다. 심지어 미들급을 넘어 라이트헤비급까지 왕좌에 올랐다. 화끈한 경기력에 남자다운 외모까지 스타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 미들급 챔피언이자 오랜 라이벌인 이스라엘 아데산야(나이지리아/뉴질랜드)와 두 차례 명승부를 통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힐은 페레이라 이전에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었다. 작년 3월 UFC 283에서 페레이라의 멘토이자 절친인 글로버 테세이라(브라질)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힐은 누구에게 져서 챔피언 벨트를 내려놓은 것이 아니다. 훈련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스스로 내려놓았다. 주인이 없어진 벨트를 차지한 것이 페레이라였다.둘의 대결은 타이틀전 이상의 스토리가 있다. 페레이라는 ‘절친’ 테세이라의 복수를 하고 싶어한다. 힐을 이기면 ‘반쪽 챔피언’이라는 딱지를 떼고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힐은 부상 때문에 스스로 반납한 챔피언 벨트를 되찾고 싶어 한다. UFC 300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4월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다. UFC는 이번 300번째 넘버 시리즈를 역대 최고의 대회로 만들고 싶어 했다. 코너 맥그리거 등 슈퍼스타들을 총동원해 UFC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페레이라나 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두 선수가 UFC 300이라는 역사적인 대회에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만한지는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그나마도 이 대결이 성사되지 못했다면 장웨일리와 얀시아오난, 두 중국 여성 경량급 파이터가 메인이벤트 경기를 치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UFC 300 대회의 얼굴이 중국 선수가 되는 것은 UFC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UFC 100과 UFC 200을 비교해도 UFC가 얼마나 고민이 많았는지 알 수 있다. UFC 100의 메인이벤트는 ‘야수’ 브록 레스너였다. 프로레슬링 WWE 챔피언 출신으로 UFC 헤비급까지 정복한 레스너의 열풍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레스너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그를 따를 자는 아무도 없었다.심지어 UFC가 낳은 최고의 스타이자 당시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조르쥬 생피에르의 타이틀전이 코메인이벤트였다. 레스너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댄 헨더슨, 마이클 비스핑, 존 피치, 마크 콜먼, 스테판 보너 등 이제는 UFC 레전드가 된 선수들이 대거 출격했다. 당시 UFC 전적 2전에 불과했던 ‘22살’ 존 존스가 메인이 아닌 언더카드로 출전했다.UFC 100은 한국 팬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추성훈과 김동현이 함께 대회에 나섰다. 당시 UFC 데뷔전에 나선 추성훈은 메인카드 경기에 출전해 앨런 벨처를 판정승으로 눌렀다. 이 큰 대회에 UFC 경력이 전혀 없는 선수를 메인카드에 놓는다? 당시 UFC가 얼마나 추성훈에게 거는 기대가 컸는지 잘 알 수 있다.UFC 200도 라인업이 화려했다. 당시 론다 로우지의 열풍에 힘입어 여성 타이틀전이 메인이벤트를 장식했다. 당시 여성 밴텀급 챔피언이었자 당시 로우지와 함께 여성 격투기 인기를 이끈 미샤 테이트와 훗날 여성 격투기의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이 되는 도전자 아만다 누네스가 맞붙었다.메인이벤트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UFC 100의 주인공이 됐던 레스너는 UFC 200에도 등장해 ‘사모안 괴인’ 마크 헌트와 대결을 벌였다. 대니얼 코미어, 앤더슨 실바, 조제 알도, 프랭키 에드가, 케인 벨라스케스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전설적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심지어 과거 일본 프라이드FC의 인기를 이끌었던 고미 타카노리가 사전 경기로 출전했을 정도다.UFC 100과 UFC 200을 경험한 팬들 입장에서 UFC 300의 라인업은 아쉬움이 크다. 대회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했던 맥그리거는 여전히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UFC 300의 잠재적 헤드라이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는 지난해 10월에 입은 늑골 부상 때문에 여전히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물론 기대할 만한 경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트급의 저스틴 게이치 대 맥스 할로웨이 경기, 라이트헤비급의 이리 프로하츠키 대 알렉산다르 라키치의 대결 등은 경기 전부터 별 5개짜리 명승부를 예약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그런데도 UFC의 골수팬들은 슈퍼스타가 빠진 UFC 300 대진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 팬들의 불만에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UFC 300에서 역대 가장 뜨거운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큰소리쳤다.UFC 입장도 이해는 된다. UFC는 전 세계를 돌면서 1년에 40차례가 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모든 선수들의 일정을 다 관리할 수 없다. 지금 나온 대진이 현재 UFC가 내세울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팬들을 만족시키는 빅매치를 만들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는 것은 현재 UFC의 큰 고민이다.이데일리 기자 2024.03.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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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산증인 김대환, 그가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온 이유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김대환(45) UFC 해설위원 겸 관장은 한국 종합격투기의 산증인이다. 해설가로 방송에 출연하는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건 체육관 대표다. 직접 선수로 데뷔해 해외 단체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김대환 위원은 '마니아'로 시작했다. 한국에 격투 스포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1990년대부터 그는 이미 유도,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했다. 인터넷과 해외 잡지 등을 통해 종합격투기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서 한국 종합격투기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다. 2003년 SBS스포츠 M-1 해설위원을 시작으로 UFC, 프라이드, K-1, 로드FC 등 국내외 주요 대회 해설을 도맡아 했다. 겸손하고 늘 공부하는 자세로 유명했다.해설자로 주가를 높이던 2017년 김대환 위원은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 대표에 취임했다. 격투기 행정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그가 로드FC 대표를 맡은 동안 코로나라는 큰 시련이 찾아왔다. 갈등의 당사자들과 얼굴을 맞대면서 마음고생도 상당했다. "로드FC 대표 생활은 당연히 좋은 경험이 됐죠. 어려운 시기를 정문홍 대표님 및 직원들과 함께 이겨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2022년까지 로드FC 대표로 바쁘게 활동한 뒤 다시 UFC 해설가로 복귀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베테랑 해설가에게도 길었던 공백은 만만치 않았다. "2022년 4월 UFC 해설가로 돌아왔을 때 처음에 막막했어요. 회사를 책임지느라 4년 반 동안 UFC를 거의 보지 않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새로운 선수들을 공부하기 위해 2022년은 거의 수험생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2년 정도 데이터가 쌓이니 지금은 많이 편해진 상태입니다."그는 서른 살 넘은 나이에 종합격투기 선수로 데뷔해 주위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 번 도전한 것도 아니었다. 2017년 일본 종합격투기 단체 ‘워독(WARDOG)’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가장 최근에는 작년 4월 아프리카TV ‘더 파이터’ 대회에서 5년 6개월 만에 선수 복귀전을 치렀다. 파이트머니는 어려운 선수나 어린이에게 기부했다.방송이 없는 날도 바쁘다. 김대환 위원은 경기도 분당시에 위치한 ‘김대환 MMA 체육관’에서 관원들과 함께 운동한다. 그런 그가 최근 대회를 직접 설립했다.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는 큰 규모 대회가 아니다. 대회 이름인 ‘KMMA’다. 출전 선수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다. 경기장도 도장이나 사무실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열린다. 작년에만 10회가 넘는 대회를 치렀고 올해도 그와 버금가는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로드FC를 나온 뒤 대회사의 ‘ㄷ’도 보기 싫었어요. 행정가로서 고생한 뒤 절대로 대회를 주최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니 우리나라 아마추어들이 참가할 대회가 너무 없더라고요. 사실 유명 선수들 전적을 보면 큰 대회뿐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마추어나 킥복싱 전적에 쌓여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KMMA는 선수나 심판, 스태프에게 제대로 된 페이를 지급하고 있다. 아마추어 대회지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서 하자고 출범 때부터 마음을 먹었다. 김태환 위원을 비롯해 남의철, 이둘희 등 챔피언 출신 파이터들이 유튜브 중계 해설자로 등장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전달한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격투기 병아리’들에게 스타 파이터들의 칭찬과 지적은 피가 되고 살이 된다.'국내 최고의 단체'에서 '가장 밑바닥 단체'로 내려왔지만 김대환 위원의 표정은 밝다. 물론 아마추어 대회라고 해서 돈이 안 드는 게 아니다. 개인이 감당하기에 부담이 크다. 다행히 김대환 위원의 좋은 취지에 공감한 이들의 도움으로 대회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각 체급 챔피언까지 뽑았다. 본격적인 격투기 단체로 발돋움할 기틀을 만들어가고 있다."저는 엘리트 선수로 운동했던 사람도 아니고, 선수로서 크게 주목받아 본 적도 없습니다. 그냥 어쩌다 해설자로 출발했고 많은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마추어들 가운데 진짜 열정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실력을 기르고, 경험을 쌓으면서, 안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대회가 거의 없어요. 그 분들이 비록 프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대회에서만큼은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유명한 선수들을 해설가로 초청해 온라인 중계를 하는 것도 그 이유죠."김대환 위원의 바람은 단체를 으리으리하게 키우는 것이 아니다. 많은 관중이 모이고, 조명이나 음악이 빵빵하게 나오는 메이저 대회를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저희는 프로를 지향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경험을 더 많이 쌓을 수 있도록 계속 돕고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빨리 헤드기어 벗고 프로처럼 싸우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그때마다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줍니다. 스타가 되고 싶은 선수는 다른 메이저 대회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겁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건강하게 운동하도록 도와주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2024.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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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데뷔전 완승한 이정영, 그가 자신에게 50점을 준 이유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제 실력에서 50%도 못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의 진짜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그게 무슨 얘기지? 누가 봐도 압도적인 승리였는데 50%도 못 보여줬다니. 필자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공은 미국 종합격투기 UFC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코리안 타이거’ 이정영(28)이다. 그는 지난 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돌리제 vs 이마보프’ 페더급 경기에서 블레이크 빌더(33·미국)를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눌렀다. 세 명의 부심 모두 30-27로 채점할 정도로 완승이었다. 상대가 아마추어 복싱 미국 주 챔피언을 지낼 만큼 타격이 좋은데 그 선수를 상대로 타격에서 완벽히 압도했다. 그라운드에서 월등한 실력을 뽐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테이크다운 방어도 완벽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큰 모양이었다. 그는 왜 UFC 데뷔전 승리를 그렇게 혹평했을까.“정말 상대를 피니시(KO 또는 서브미션승) 시키지 못한 부분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어요. 전체적인 운영에서도 아직 미숙한 부분이 느껴져 50%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래도 3라운드 경기를 치르는 동안 세컨 말도 들으려 했고 내가 준비한 것들을 계속 떠올리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던 것 같습니다.”이정영은 작년 2월에 끝난 ‘UFC 등용문’ 로드 투 UFC 시즌 1에서 페더급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결승전에서 중국의 이자(27)를 접전 끝에 판정승으로 누르고 UFC 계약서를 따냈다. 그런데 정작 UFC 정식 데뷔는 1년 만에 이뤄졌다. 파열된 무릎 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놀라운 것은 이정영의 무릎 십자인대는 이미 로드 투 UFC 토너먼트가 시작됐을 때부터 부상이 심각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토너먼트 참가를 결심했다. 일생일대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무릎이 계속 아파서 결승전을 치르기 전 1년 6개월 정도는 레슬링이나 주짓수 훈련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인대가 조금 안 좋은 줄 알았는데 계속 낫지 않았어요. 너무 불안해서 8강전을 마치고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는데 인대가 완전히 파열됐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부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이정영은 그 이후 치른 4강전과 결승전은 억지로 이긴 경기였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특히 결승전은 정말 상황이 심각했다. “그 경기는 솔직히 너무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이기기는 했지만 스스로 너무 후회가 많이 남았어요. 어디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당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수술을 받은 뒤에도 6개월은 이런 느낌이 우울증인가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수술받은 다리가 회복되고 운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원래의 저로 돌아오더라고요.”이정영이야말로 격투기에 진심이다. 로드 투 UFC가 아니었다면 선수 생활을 접었을지 모른다. 격투기 선수로서 회의를 느끼던 시절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은 것이 바로 이 토너먼트였다. 그리고 극적으로 기회를 살리면서 ‘꿈의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저는 로드 투 UFC 아니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버린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또 수술을 받으면 아무도 나를 신경 써주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다섯 군데 정도 다녔는데 두 군데는 수술을 바로 하라고 했고, 세 곳은 인대가 없지만 근육으로 받쳐줄 수 있기 때문에 해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리스크가 컸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이정영의 타격은 강한 반면 레슬링이나 그라운드 방어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드 투 UFC에서 이자에게 여러 차례 테이크다운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스베가스에 갔을 때 UFC 레전드 대니얼 코미어가 저한테 ‘레슬링을 못한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래서 이번 데뷔전에서 나도 레슬링이나 그라운드를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부상에서 회복된 만큼 원하는 그라운드 싸움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UFC에서 저의 레슬링 실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이정영은 자신을 ‘타격가’가 아닌 ‘웰라운드 파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보여줄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1년이 지나야 100%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경기할 때 오른쪽 무릎이 신경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젠 킥도 더 화려하게 차고, 그라운드에서도 멋진 기술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발전이 없는 선수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UFC에서 살아남고 증명하겠습니다. 이제 시작인 만큼 더 성장하고 발전하겠습니다.” 2024.0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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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킥복서와 킥복싱 대결? 추성훈의 무모한 도전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재일동포 파이터 추성훈(49·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돌아온다. 그런데 경기가 특이하다. 네덜란드의 킥복싱 전설과 입식타격기가 포함된 특별룰로 대결한다. 악어 입 속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도전이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종합격투기 단체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은 최근 깜짝 발표를 했다. 오는 2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리는 'ONE 165' 대회에서 추성훈의 출전을 공개한 것. 추성훈이 종합격투기 선수로 복귀하는 건 674일 만이다. 마지막 경기는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일본 격투기 레전드 아오키 신야(41·일본)와 경기였다. 1라운드에서 아오키의 그라운드 기술에 고전했던 추성훈은 2라운드에서 놀라운 파워를 발휘해 펀치 KO승을 거뒀다. 십수년간 추성훈을 '겁쟁이'라고 도발했던 아오키의 콧대를 꺾은 승리였다.그리고 추성훈은 본업(?)인 방송인으로 돌아왔다. '전지적참견시점', '피지컬:100', '순정파이터', '더 와일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리턴즈'에도 등장했다. 방송 활동만으로도 바쁜 추성훈이 갑자기 격투기에 등장한다고 하니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더 놀라운 것은 상대가 니키 홀츠켄(41·네덜란드)이라는 점이다. K-1, 글로리 등 킥복싱 메이저 단체에서 수많은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킥복싱에서 113전 94승 18패 1무라는 화려한 전적을 쌓은 홀츠켄은 프로복싱 선수로도 활약하면서 15전 14승 1패 전적을 기록했다. 물론 그도 40대에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여러 단체에서 치른 11경기에서 7번이나 패배를 맛봤다.진짜 놀라운 건 경기 방식이다. 입식과 종합격투기가 혼합된 특별룰이다. 3분 3라운드로 치러지는데 1라운드는 복싱, 2라운드는 무에타이, 3라운드는 종합격투기 방식으로 싸운다. 세 라운드 모두 종합격투기용 오픈핑거 글러브를 사용한다.추성훈은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유도선수 출신이지만 종합격투기에서는 복싱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갔다. 과거 프랑수아 보타(56·남아프리카공화국) 제롬 르바네(52·프랑스) 멜빈 만후프(48·네덜란드) 같은 복싱 및 킥복싱 파이터와 싸워 2승 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경기들은 모두 종합격투기 룰이었다. 입식 경기는 공식적으로 치러본 적이 없다. 1라운드와 2라운드는 홀츠켄이 유리한 영역에서 싸워야 한다. 원챔피언십에서 이같은 방식의 경기는 처음이 아니다. UFC와 원챔피언십에서 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낸 드미트리어스 존슨(38·미국)이 2021년 12월 '원X' 대회에서 태국의 무에타이 챔피언 로드탕 지트무앙논(27·태국)과 비슷한 경기를 벌였다. 1라운드는 무에타이 룰, 2라운드는 종합격투기 룰로 벌인 이 경기에서 존슨은 2라운드 2분 13초 만에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존슨은 무에타이 룰로 치른 1라운드에서 고전했지만, 버텨냈다. 반면 무에타이 선수는 2라운드에서 존슨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2004년 K-1 다이너마이트에선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밥 샙(51·미국)과 르바네가 혼합룰 경기를 벌였다. 1, 3라운드는 킥복싱으로, 2, 4라운드는 종합격투기로 열렸다. 예상대로 킥복싱에서 르바네가, 종합격투기에서 밥 샙이 압도했다.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처음에는 서커스 같은 경기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지만, 막상 경기가 열리니 밥 샙과 르바네의 스타일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색다른 재미가 펼쳐졌다. 르바네는 밥 샙과 싸우고 5개월 뒤 종합격투기 경기에 다시 도전, 1라운드 2분 24초 만에 니킥으로 승리했다. 당시 패한 상대가 추성훈이었다. 종합격투기 데뷔 후 2전 만에 당한 첫 패배였다. 물론 이 경기는 체중 차이가 너무 컸던 미스매치였다.추성훈-홀츠켄 경기는 절대적으로 추성훈이 불리한 조건이다. 추성훈은 1, 2라운드 6분을 쓰러지지 않고 버텨야 자신에게 유리한 3라운드를 치를 수 있다. 특히 킥복서의 화려한 킥 공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다. 다만 6분을 버틴다면 그때부터는 추성훈의 시간이다. 홀츠켄은 20년 넘는 격투 경력을 가졌지만, 종합격투기 경험은 전혀 없다. 추성훈은 지난 아오키와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할 수 있다. '지옥 같은 6분'을 분을 버틴다면 말이다. 2024.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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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UFC 페더급 '다크호스' 아놀드 앨런 "난 정찬성의 엄청난 팬...그와 싸우지 못해 아쉬워"

종합격투기 UFC 페더급은 국내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체급이다. '코리안좀비' 정찬성(37)이 2011년 UFC에 데뷔한 후 지난해 은퇴할 때까지 12년 동안 톱랭커 자리를 지켰다. 현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6·호주)를 비롯해 랭킹 1위 맥스 할로웨이(33·미국), 2위 야이르 로드리게스(32·멕시코), 3위 브라이언 오르테가(33·미국)까지 모두 정찬성과 대결하면서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랭킹 4위 아놀드 앨런(30·영국)과 정찬성과 대결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앨런은 얼마 전까지 UFC 페더급에서 무서운 다크호스였다. 2015년 UFC 데뷔 후 2022년 10월까지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10연승을 질주했다. UFC 데뷔 전 전적까지 합치면 12연승이었다. UFC 안팎에선 앨런이 볼카노프스키의 아성을 깰 가장 강력한 도전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타이틀 도전을 눈앞에 두고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랭킹 1위 할로웨이에게 덜미를 잡힌 것. 5라운드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눈앞에 다가왔던 타이틀전 기회도 다시 멀어졌다.앨런은 최근 필자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할로웨이전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연히 기분이 안 좋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인생"이라며 쓴웃음을 지은 뒤 "경기 후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가 연습에 돌입했고, 더 발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당시 패인에 대해 묻자 앨런은 "기술적으로, 전술적으로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할로웨이의 치고 빠지는 전략에 당황했다. 막판에 더 강하게 몰아붙였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지난해 UFC 서울대회가 추진될 때 정찬성이 앨런과 대결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하지만 앨런은 "정찬성과 대결을 오퍼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정찬성에 대한 존경심은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만약 정찬성과 싸웠다면 정말 멋진 경기가 됐을 것이다. 물론 내가 이겼겠지만…"이라며 "정찬성 같은 선수와 싸운다면 영광일 것이다. 난 그의 엄청난 팬이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연승 행진이 끝났지만 앨런은 다시 오픈핑거글러브를 끼고 옥타곤에 오른다. 오는 2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스코비아뱅크에서 열리는 UFC 297 대회에서 모브사르 에블로에프(러시아)와 대결한다.에블로에프는 앨런과 같은 1994년생이다. 현재 페더급 랭킹 9위인 그는 17전 전승을 기록 중인 강자다. 2019년 4월 러시아에서 열린 UFC 데뷔전에서 최승우(한국)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후 7연승을 달리고 있다.앨런 입장에선 썩 달가운 경기는 아니다. 자신보다 5계단이나 랭킹이 아래인 데다 랭킹에 비해 상대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앨런에게는 이기면 본전, 지면 큰 손해인 경기다.하지만 앨런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는 "UFC에서 오퍼가 왔고, 난 그냥 받아들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랭킹은 그냥 숫자일 뿐"이라며 "좋은 전적을 가진 선수를 이기면 타이틀샷을 받는 데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쿨하게 말했다. 앨런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이다. 오는 2월 18일 열리는 UFC 298에서 챔피언 볼카노프스키는 14승 무패 도전자 일리야 토푸리아(27·조지아/스페인)와 맞붙는다. 앨런이 이번 경기를 순조롭게 이긴다면 볼카노프스키-토푸리아 경기의 승자에게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전문가나 도박사들은 볼카노프스키의 무난한 승리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앨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도전자 토푸리아가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다. 그는 젊음과 생생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특히 볼카노프스키가 바로 직전 경기였던 지난해 10월 라이트급 챔피언 이슬람 마카체프에게 1라운드 KO패를 당한 것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앨런은 말했다. 그는 "볼카노프스키가 KO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경기에 나선다는 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는 굉장히 자주 싸웠고, 거의 미친 사람처럼 훈련하는 걸로 유명하다. 몸에 데미지가 축적됐을 거다. 그게 이번 경기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앨런은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토푸리아가 먼저 타이틀전에 나서는 것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내가 할로웨이를 이겼다면 당연히 타이틀전을 받았을 거다. 그러지 못한 만큼 토푸리아가 기회를 얻는 게 맞다"며 "그는 지금 좋은 연승을 달리고 있고, 짜릿하게 상대를 KO시키고 있다"고 토푸리아를 높이 평가했다.앨런은 인터뷰 막바지에 예블로예프와 경기를 통해 부활할 거라고 다짐했다."상대 선수를 존중하지만 결국 내가 이길 것이다. 내 계획은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한 가지 스타일로 싸우는 게 아니다. 종합격투기(MMA)를 한다. 내가 종합적으로 더 나은 파이터임을 증명하겠다." 2024.0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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